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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생활 관찰기

2014. 8. 5일의 기억. – 비밀 이야기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안나 카레니나의 문장.

 

나는 책을 하나 건드려보지도 않았으면서, 항상 문구를 되뇌며 다녔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

털어 놓고, 아무렇지 않은 발설해 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쉽사리 맘을 열지 못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게 어떤 사람.

 

사람을 만나면, 때가서 이야기 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결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 마음을 열게 되는 사람에게 하는 단계의 의식으로

 

 비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각각 다른 불행의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합된 이야기들은

 

막장드라마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성도 싶었다.

 

내가 비밀이야기를 마치자,

 

이야기를 듣던  그 역시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도 실제의 삶이 아니었다면 쉽사리 상상하기 힘든 전혀 새로운 조합의 이야기였다.

 

둘은 비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의식을 통해 서로의 친밀을 확인했다.

 

내가  비밀 이야기를 꺼내면서 후회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적당한 관계를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하나의 패를 꺼내지 않으면

 

상대의 이야기도 끌어낼 없다는 .

 

영원히 적당한 관계의 간격을 좁힐 없다는 .

 

너를 조금 알고 싶다면,

 

것을 털어버리지 않으면 없다는 .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그런 이야기를 시작할 없다는 .

 

어쩌면 의식을 거한다는 자체가, 내가 너를 믿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

 

기억의 짐을, 침묵의 무게를 짐승 냄새 나는 풀숲에 던져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