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헤어지기 전, 마지막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숯불에 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구웠죠.
그러고는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있었던 기억을 오늘로 다시금 불러왔어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간절한 그 바람은, 그러나 이뤄지지 못했어요.
하염없이 흘러가는 야속한 시곗바늘은 우리로 하여금 이별을 마주하게 만들었답니다.
상추쌈을 싸면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이 이별로, 우리의 청춘도 지나가겠다고.
세상에서 그렇게 맛없는 고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토가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죠.
그런데 난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후련함을 느꼈죠.
잘 된일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자위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문득 쉼보르스카의 시가 한 편 떠올랐습니다. (사실, 그 시밖에 몰랐으니까요.)
우린, 지나가고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겠죠?
한 번뿐이라서, 아쉽지만, 그렇지만, 그러니까 소중한 거겠죠?
잘가요. 아름다웠던 사람아, 시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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