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찰기/IR관찰기

세계화와 지구화 혹은 국제화

국제관계학과 국제정치학에 대한 교통정리가 끝났다면,

그 다음 교통정리는 아마도 세계화.지구화, 혹은 국제화에 대한 용어의 교통정리가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IR의 관심이 되는 현상의 현재적인 가장 큰 특징이 세계화, 지구화 현상이기 때문이지요.

(적어도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언젠가 어느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자리하신 한 학자 분이

세계화와 국제화의 용어에 대한 엄밀한 구분을 하시는 것을 보며 '굳이 저렇게 까지..'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아마 이 용어들에 대한 뉘앙스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리고 지난번 포스팅에서의 구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세계'와 '국제'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사설이 길었군요.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화. 지구화는 영어의 Globalization을 번역한 단어입니다.

반면, 국제화는 영어의 Internationalization을 번역한 단어이지요.

그럼 세계화와 국제화의 의미 구분이 끝났군요.

라고 하면 좋겠지만, 영어가 짧은 저는 조금 더 그 의미에 대해서 고찰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마셜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의 서장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3천년 동안 전문가에 의한 외파와, 인간 신체의 기술적 확장에 의한 전문성과 소외가 증대되어 왔지만

현대 세계는 극적 반전을 일으켜 압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지구는 전기의 힘으로 응축되어 하나의 촌락이 된 것이다."

바로 두 번째 문장에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이 구문은 참으로 클리셰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마치 지구가 하나의 세계처럼 변화하는 것이지요.

세계화는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 바다건너, 혹은 대륙을 건너 사람들 간의 교역이 확대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양적인 교류의 확대와 더불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보다 질적인 변화,

예를 들면, 지구 반대편의 사건이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은행 빚을 갚지 못했는데, 

그것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우리나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식인 것이지요.

세계화 시대에는 단순히 '국가'가 중요한 행위자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세계정치를 사용하는 맥락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2001년 있었던 9.11테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국제분쟁이라고 하면, 국가와 국가 간에 벌어지는 물리적 폭력사태 정도를 의미했지만,

9.11테러 이후에는 각 지역에 산재한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라는 

국가 이외의 행위자가 폭력의 주체로 등장하게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게 되었죠.

세계화의 결과에 대해 낙관하는 견해도 존재하지만, 여기서 든 예시처럼 부정적인 세계화의 결과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Globalization 그러니까 우리말로 세계화 혹은 지구화는 간단하게 말하면 

'세계적으로 상호연계성이 확대' 되는 것을 의미하고,

보다 학문적으로 어렵게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공동체를 연결시키며,권력관계의 범위를 지역과 대륙 너머로 확대시키는 사회조직의 시공간적 규모가 

근본적으로 전환 또는 변환됨을 포함하는 역사적 과정.'

그렇다면, Internationalization으로 번역되는 국제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국제화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이지,

인류의 초기부터 '주어진' 개념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라고 지칭되는 집단은 그 단위체의 강력함과 약소함에 대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자신들의 일을 자신들이 결정한다는 '주권'을 갖고 있다는 규칙 따위의 관념들이 역사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특히 지역적으로는 서유럽 등지에서, 시기적으로는 17-18세기에, 

명목적인 조약으로는 웨스트팔리아 조약 이후, 이러한 관념들이 형성되었습니다.

동일한 시기의 이슬람이나 아프리카 

그리도 동아시아 등지의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관념과는 전혀 다른 세계 질서가 작동하고 있었지요.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유교적 천하질서라는 근대국민국가체제와는 전혀 다른 국제질서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그러니까 서구사회라고 지칭하는 지역에서 제국주의가 발흥하고,

동일한 시기에 식민주의가 서구 이외의 사회에 이식되면서 서구가 갖고 있던 '근대 국민국가'라는 개념이 확산되었지요.

이와 같은 확산의 과정을 우리는 '국제화'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국가'라고 명확하게 인식되지는 않더라도 

그 비슷한 무언가가 세계 각 지역에서 작동하고 나름의 질서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그 모든 다양한 질서들이 사라지고, 서구 유럽에서 만들어진 주권 '국가'의 개념과

그에 맞게 형성된 각종 규칙과 규범, 

그러니까 국제법(우리나라에 이러한 개념이 유입될 때에는 '공법'이라고 지칭된 것들)이 같이 확산된 사건을

국제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쉽지만,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근대의 서구적 체제가 세계화 되는 과정을 '국제화'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Globalization과 Internationalization을 검색해보니, 더욱 명쾌하게 백과사전에 잘 정리되어 있군요. ㅋㅋ

역시 네이버가 짱입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96041&cid=1605&categoryId=1605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26603&cid=476&categoryId=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