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가끔 이상하게 잘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이런 사람은 나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대략 이런 사람들의 특성은, 우선 말이 많지 않다는 것. 허세가 별로 없다는 것. 너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식의 그런..도도함? 그러면서도 무언가 애쓰는 듯한, 감추려 해도 속살이 삐져 나오듯 살며시 보이는 삶의 팍팍한 무게감. 그럼에도 염치 있음. 대충 이런 것들로 점쳐진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한마디, 두마디 정도면 대충 감이 온다. 섣불리 판단하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예상이 빗나간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짠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친해지고 나면, 나의 지랄맞은 성격을 맛뵈주는 일 말고는. 내가 해줄 일이라고는 힘내, 궁디에 힘 꽉주고 버텨...이런 시덥잖은 말 뿐이다. 그렇다고 "아프니까 청춘이야" 이런 씹선비 훈계질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것. 그것 뿐이다.
사실, 그네들의 말을 들어주고 아파하는 건, 나만큼 답 없는 네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싶어서는 아니었을지, 그래도 너보다 내가 가진 게 하나는 더 많은 것 같다는 알량한 부심을 느끼면서, 자족하는 더 위선적인 그런 마음 때문만은 아니었을지....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허세 없고, 조용하지만, 그게 열심히 살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삶에의 더욱 간절한 소망에서 나온 절박한 마음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을른지, 자신을 홍보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야만 연애고 취직이고 스펙이고 나발이고 이뤄낼 수 있는 몸에 맞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그네들의 마음 속 깊은 곳,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포인지 오포인지, 아픔이 홍보되는 그 세대들에게도 아직은 일말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